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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시민영웅] 학생과 주민이 함께하는 '학교 밖 교육' 운영, 경문고등학교 박범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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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7.25
우리는 늘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EBS 문제집을 풀기 바쁘다. 입학하자마자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고, 야간자율학습 등을 통해 계속해서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암기한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 물론 대학 진학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과정을 교육 받고, 다양한 소수자, 약자와 동행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에 경문고등학교 박범철 교사는 10년 전부터 발 벗고 나서 학생들에게 학교 밖 교육을 통해 다양한 소수자, 약자와 동행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1~2년 단기로 진행될 줄 알았던 수업이, 어느덧 10년을 맞이했다. 서울 경문고등학교 박범철 교사를 만나 조금은 독특한 교육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006년, 서울 경문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박범철 교사는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풀어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국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만이 답’이라는 현실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다. 당시 현실은 그랬다. 입시 위주의 엘리트 교육은 당연시 됐고, 학생들을 ‘SKY’라고 대표되는 좋은 대학에 보내야만 했다. 그래야 학교의 명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지용의 '향수'라는 시를 시 자체로 느끼지 않고, 시가 담긴 의미를 기계적으로 뜯어보는 현실에 박범철 교사는 교사로서 이러한 공부만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괴로웠다. 그래서 ‘돌파구’를 찾고 싶었고, 학교 도서관에서 2012년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인문학 아카데미’였다.

'인문학 아카데미'는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수업 시간에서 배우지 않은 인문학 본연의 의미를 탐구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한창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시간을 뺏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내 교사가 갑자기 학교의 틀을 바꾸려 했기에 응원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됐던 프로그램은 2013년 한 단계 발전해 본격적으로 주변 이웃과 만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이름도 ‘따봉, 따듯한 봉사활동’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소수자, 약자와 만났다.

우선 학교와 가까운 동작가족지원센터와 함께 동작구 내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과 만났다. 이들은 다문화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매월 하루씩 ‘다베품데이(다문화 음식을 베푸는 품앗이 날)’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경문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했다. 뉴스로만 들었던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족을 처음 만났던 순간이다. 학생들은 그렇게 소수자를 이해하고, 약자와의 동행을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다만, 학교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지 못했기에 토요일이나 평일 저녁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따듯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가족을 만났고, 난민을 만났고, 당시로는 생소한 이슬람 문화를 체험하기도 했다. 

박범철 교사는 묵묵히 본인의 사비를 털어 교육을 진행하였고,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을 활용해야 하니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를 회상한 박범철 교사는 “아내도 같은 동료 교사이기에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며 “지금도 응원해주고 참아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들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렇게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해요. 
- 박범철 교사 - 
그러면서 국어교사로서 국어를 활용한 여름방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삶을 위한 글쓰기’라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직접 그룹을 만들어서 책 한 권을 읽고, 책의 저자를 만나 직접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내 삶을 위한 글쓰기를 체험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자 했다.

그렇게 5년 동안 활동하면서, 지역 단체와 연계해 활동하기로 했다. 2017년 당시 경문고등학교 봉사단과 동작구 구민봉사단, 이주민 자조모임과 함께 ‘동작 다다름단’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2017년부터 활동했으며 2018년에 동작구 자원봉사활동으로 등록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시와 동작관악교육지원청, 학교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에는 시리아 난민인 아일란 쿠르디가 죽음으로 발견돼 난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작 다다름단'을 통해 난민을 만나고, 이해하는 교육을 했다.

이후 2019년에 3·1운동 100주년 관련해서 우리 지역의 3·1운동을 기억하는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했고, 지역 자원인 국립서울현충원을 다시 탐구하기도 했다. 박범철 교사는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우리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를 '동작 다다름단'이 함께 살펴보면서, 난민과 결혼이주여성들이 당당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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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경문고등학교 박범철 교사와 학생들이 아일란 쿠르디를 떠올리며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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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다다름단'은 2022년에는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후위기 캠페인과 함께 지역주민, 서울시 도시농업지원센터 등과 함께 폐식용유를 활용한 천연비누 만들기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도서관에서 시작한 ‘인문학 아카데미’가 학교를 넘어 고등학교와 지역 주민, 다문화 가족 등과 함께 ‘동작 다다름단’이라는 단체로 이어진 것이다.


10년 동안 학교 밖에서 비교과 교육을 통해 소수자, 약자와의 동행을 알려주고 있는 박범철 교사. 본인은 오히려 활동을 통해 배웠다며, 자신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학교의 모습이 좋은 대학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고 봐요. 학교가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럽은 공공기관 중에서 학교가 가장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고 해요.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의 경우 학교가 매우 오래된 경우가 많아요. 지역에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셈이죠. 그건 학교가 지역에 대한 역사를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 학교가 벽을 낮춰서 지역 주민에게 더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경문고등학교의 특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 소수자, 약자와 함께 동행하면 좋겠어요”라는 말도 덧붙인다.

고등학생들의 민주시민교육과 함께 지역주민, 다문화 가족과 같은 구성원부터 난민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까지 모두를 아우르면서 약자와의 동행, 약자와 함께 걷고 있는 경문고등학교 박범철 교사. 10년 동안 꿋꿋이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에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함께 걸어가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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